'힘 있는 자’에 의해 부당한 피해를 당하게 되는 경우에, 대체적으로 네 가지 정도의 반응이 있는 것 같다.
첫 번째, 부당한 행위에 대해서 항의하고 저항하는 경우이다.
두 번째, 자신이 ‘힘 있는 자’의 지위에 오르려 시도하는 경우이다.
세 번째, ‘힘 있는 자’의 편에 서서 그를 추종하는 경우이다.
네 번째, 자기가 당한만큼, 혹은 그보다 더 심하게, 자기보다 ‘힘없는 자’에게 부당한 행위를 가함으로써 대체 보복을 하는 경우이다.
제주 4·3항쟁 당시 우리나라 군인과 경찰, 우익청년단체 등에 의해서 많은 수의 제주도민들이 학살당했다. 사망자가 한 명도 없는 집안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2년이 지난 후인 6·25 당시, 해병대 모집에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비율의 청년들이 지원한 지역이 바로 제주도였다. 그리고 작전이나 전투에서 가장 용감하고 전공(戰功)이 많은 해병대원도 제주도 출신이었고, 또한 그들이 가장 많이 죽었다.
얼핏 생각하면 첫 번째와 두 번째의 경우가 일반적인 것 같지만, 현실은 세 번째와 네 번째의 경우가 더욱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네 가지의 경우는 각각 개별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조합으로 혼재되어서도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