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과관계는 우주상에 존재하는 실재라기보다는 인간이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개념이고 인식의 틀이다. 우주상에 실재하는 것은 우주 그 자체일 뿐이다. 그 외에는 모두 일종의 ‘시뮬라크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주에서 일어나는 사건에는 특정한 원인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상의 모든 힘과 에너지, 즉 우주 그 자체가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우주는 그 자체로 원인이자 결과인 것이니, 우주 전체로 봤을 때는 특정한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일정한 시공간에 국한해서 봤을 때는, 사건에 따라 행위에 의한 결과의 발생 빈도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즉, 어떤 행위에 의한 결과는 발생 빈도가 낮아 특정한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어떤 행위에 의한 결과는 발생 빈도가 높아 특정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구적 시공간이라는 한정된 영역에서도, 인과관계라는 인식의 틀로써 관찰했을 때, 어떤 사건이 특정한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지구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어떤 사건에는 특정의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