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흰옷효과

아! 2014. 12. 10. 20:20

아무런 때가 묻지 않은 상태의 흰옷은 다른 어떤 옷보다도 더 깨끗해 보이고, 그 옷을 입은 사람에 대한 인상을 좋게 만든다. 그러나 흰옷에 약간의 때라도 묻게 되면, 다른 어떤 옷보다도 그 때가 더 두드러져보이게 된다. 이러한 흰옷효과는 우리가 냉정하고 균형 잡힌 판단을 하는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갖게 만든다.

 

어떤 개인이나 조직, 집단이 자신의 도덕성·이념·의도 등의 순수성이나 진정성, 우월성 등을-자의건, 타의건-강조하거나 과다노출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장점들이 미디어나 집회 등을 통해 대중에게 과잉인식 되면, 실제보다 더 긍정되는 정도를 넘어 광적으로 미화되는 경향을 띠기도 한다.

 

반면에 그러한 장점들에 다소간 불완전함이나 흠결이 있다는 사실이 미디어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드러나게 되면, 노골적으로 부도덕성과 불순함과 악의를 드러내는 개인이나 조직보다도 더 부정되고 폄하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견해의 타당성은 노무현과 안철수, 그리고 이명박과 박근혜의 경우에서 여실히 실증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왜 노무현을 지지하던 사람들 중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거나 현 집권세력 쪽으로 돌아섰는지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자신을 남보다 더 보기 좋게 치장해주고 드러내주던 장식물이, 어느 순간에는 스스로를 얽어매는 멍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남보다 돋보여지고 인정받게 될 수록 스스로에 대한 내적 검열을 더욱 강화하고, 갈수록 혹독해지는 외부 시선도 받아들여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서글프게도 그것은 그렇게 하려는 의지를 갖거나, 그렇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안 될 거면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것이고, 될 거면 그냥 되는 것이다. 좀 이상하기도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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