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자신과 정치적 견해나 지지 정당이 다른 상대방과 과도한 논쟁을 하거나 도에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친한 사람들끼리가 더한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본다.
얼핏 생각하면, 이해가 잘 안 되는 현상이다. 아니, 정치적 견해가 좀 다르면 어떻고, 누가 집권을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정작 우리가 힘들고 어려울 때,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어차피 정치인들이란 다, 자신들의 입신양명을 위해 국민들을 생각하는 척 하는 것인데 말이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그러한 현상에는 인간의 대리참여 욕구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자아투영 행위가 존재함을 알게 된다. 즉, 일반 서민들은 현실적으로 자신들이, 지배를 수반하는 권력소비 행위인 정치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반면에, 자신들도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갖고 있다.
따라서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자신과 이념이나 이해관계의 코드가 맞는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현실적으로 자신들에게는 제한되어 있는 지배를 수반하는 권력소비 행위를 간접적으로나마 실현하려고 하는 것이다.
즉, 자신들의 순도 높은 자아를 그들에게 기꺼이 투영함으로써 자신과 그들을 동심이체(同心異體)의 상태로 만들고, 그렇게 하여 인간의 본능적 영역 중 하나인 지배를 수반하는 권력욕을 소비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일반 서민들에게는 그들의 분신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자신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주장하거나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을 비난하게 되면, 바로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것과 같은 심적 일치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인 대상에게 뭐라고 하는데 가만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싸움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상대적 박탈감이 커서 권력의 대리소비 욕구가 강한 사회적 약자 층일수록 그러한 경향은 더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