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공간, 시작, 끝, 경계, 무한, 유한 등은 우리가 자연에 실재하는 실체로 인식하고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개념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념들은 지구적 영역이라는 한정된 곳에서, 불완전하고 오류투성이인 인간의 감각능력을 바탕으로 아주 미소한 시간 내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개념들과 역시나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인간의 추론능력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지금의 과학기술이 성취된 것이다. 그러니 과학기술 역시 불완전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그러한 과학기술로써 어마무시한 우주를 이해하려 하고 있다.
이러니 인간이 우주를 이해한다는 것은 애초에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인간은 절대로 우주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지구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아니 인간 자신조차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주에 대한 이해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누가 아무리 말린다 하더라도 그러한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매사에 ‘인과관계’를 설정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있어서 우주의 본질과 기원, 그리고 종말을 탐구하려는 시도 역시 본능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생각도 인간이 만들어낸 불완전한 개념들과 추론능력, 그리고 감각능력을 근간으로 한 것이니 온전히 타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래저래 이 세상 모든 것은 최소한 인간에게는 불확실한 것이다. 이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허무주의에 빠지게 된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우리가 확실하다고 알고 있는 것들을 포함해서 이 세상 모든 지식은 세상의 본질이나 세상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들은 인간이 인과관계 설정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물론 세상의 본질이나 세상 그 자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도 의문이기는 하다. 왜냐하면 그것조차도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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