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떤 학문이나 지식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과학이라는 것은, 인간의 감각에 근거하여 취합한 자료를 이성-이것도 일종의 감각의 부산물이다-으로 조합해서 해석해낸 것이다.
문제는 그때그때 다르고 느낌에 의존하는 인간의 감각은 별로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감각에 근거한 과학은, 본질적으로 그다지 과학적이지 못하다는 말이 가능하다. 더불어 어떤 학문과 지식의 신뢰를 보증하는 최고의 판단 기준인 ‘과학적’이라는 것은 오류의 가능성과 허구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학적 방법론과 수단을 근간으로 하는 어떤 법칙이나 원리도 우주 그 자체를 온전히 나타낼 수는 없다. 따라서 인간이 우주의 실제적 실체를 제대로 아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다. 단지, ‘그럴 것이다’라고 근사적으로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결국, 모든 학문과 지식의 본질은 ‘말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현대물리학의 양대 기둥인 ‘불확정성 원리’와 ‘상대성 원리’도 그 이론들에 의해서 우주가 작동된다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들에 의해서 우주가 작동되는 것으로 간주해서 ‘해석’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음양오행’도, 실제로 그런 기운이 우주에 존재해서 만물이 그것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기운이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해서 실제로 발생하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들을 ‘해석’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어떤 법칙이나 이론이 우주의 실체에 근거하고 그것과 일치한다면 좋겠지만, 사실상 그런 것은 존재한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류의 학문과 지식이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는 사실이 그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에 어떤 학문이나 지식이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제대로 설명해낸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불필요한 것이 될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말’이 세련된 논리와 체계를 갖추면 신뢰받는 학문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사이비 학문이나 미신이 되는 것이다. 결국, 진리의 탐구나 학문의 발전이라는 것은 ‘누가 더 말을 잘 만들어내느냐’에 관한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