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조선일보

아! 2015. 4. 12. 00:04

아무리 결벽증이 있는 사람이라도 무균실에서 살지 않는 한은, 세균을 항시 달고 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일시적으로 몸에 있는 세균을 다 제거한다 해도, 곧바로 또 다른 세균들이 우리 몸에 달라붙게 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세균을 완전히 제거하려 하기보다는, 세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세균과 우리 몸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는 우리 사회에서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집단이다. 물론, 그 중에서도 압권은 단연 조선일보다. 만약, '뻔뻔함'을 다투는 세계대회가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조선일보를 우리나라 대표로 추천할 것이다. 그동안 조선일보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면서 대중을 기만한 업적은 독보적이다. 반면에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견고한 조직력을 과시하는 그들의 결집력은, 조선일보가 가진 보기 드문 미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조선일보를 혐오하는 사람들에 의한 조선일보 불매운동 등의 안티조선일보 운동이 예전부터 있어 왔다. 그런데 그 운동도 크게 보면 두 갈래로 갈리는 것 같다.

 

한 쪽은 조선일보를 폐간시켜서 완전히 이 사회에서 사라지게 하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다른 한 쪽은, 현실적으로 그것은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의 논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또 다른 폭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조선일보의 존재는 인정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미디어에 대해 비판적 의식을 갖도록 점진적으로 유도해 나가자고 한다.

 

나는 처음에는 전자의 견해를 지지하는 입장에 좀 더 치우쳐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고, 그래서 나중에는 후자의 견해를 지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게 되었다.

 

나도 조선일보 사주(社主)가 테러를 당해서 훅 가는 등, 조선일보가 폭삭 망했으면 하는 마음은 굴뚝같다. 하지만 그런 놀라운 은총이 발생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만약에 시원하게 조선일보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또 다른 조선일보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인류의 역사가 꼼꼼하게 증명해주고 있는 사실이다. 재수 없으면, 오히려 더 악질적인 존재가 대물림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말 꼴 보기 싫고, 정나미가 떨어지더라도 방법이 없다. 일단은 같이 사는 수밖에 없다. 대신에 조선일보가 사회를 주도적으로 분탕질치지 못하게 하고, 오히려 사회의 다양성을 높여 주는 일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유도를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세균의 순기능도 있듯이, 찾아보면 조선일보의 순기능도 있을 것이다. , 양심 있는 사람들의 결집을 강화시킨다던지, 대중의 비판의식을 높인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세부적이고 실천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쉽지 않은 지난한 문제이다. 따라서 다양한 사람들에 의한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다시 한 번 부언(附言)하자면, 조선일보와 같은 세균은 현실적으로 완전히 없앨 수가 없다. 따라서 조선일보를 박멸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잘 다루어야 될 순치(馴致)의 대상-비록, 순치가 안 된다 하더라도-으로 보는 자세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손에 묻은 세균이 혐오스럽다고 해서 손을 자를 수는 없는 것이다. 수시로 손을 씻어주는 것만이 현실적이고 적절한 대안이다. , 어떤 세제로 어떻게 닦느냐 하는 선택의 문제가 우리 앞에 어렵게 놓여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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